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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두서없음]자괴감

by 오독왕 2023.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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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9월부터 기분이 안 좋았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엄마에게 후련하게 질러버리고 나서 깨달았다.

 


고등학교 수능 시기에 선생님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들었던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다.

 

'수능 끝나고 네들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다.'

 

난 그 말을 믿었고 그 때까지 참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 때 난 연애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못생긴 얼굴에 자존감까지 낮은 탓에 연애를 하기 겁이 났다.

 

그래서 공부로 도피했다.

 

결과는 그리 그냥저냥한 좋은 점수로 마쳤다. 그 어떤 최고도 찍지 못했다.

 

졸업작품은 사람을 모으지 못해, 즉 리더십이 부족해 대충 직은 말 그대로 '졸작'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내 대학생활은 연애, 공부, 업적 그 어느 것도 만들지 못하고 지나가버렸다.


첫 직장에 들어갔다.

 

비록 중소기업이라지만 난 영화의 꿈을 버리지 않았고 영상일을 먼저 배워보자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천성적으로 말귀를 못 알아먹고 눈치도 없는 탓에 실수하기 그지 없었고, 회사는 날 자르기 위해 온갖 난리를 쳐댔고 눈치없이 붙어 있던 나를 보다못한 대표는 내게 1대 1면담으로 '나가라'를 시전하였고 난 그 날 잘렸다.

 

이젠 꿈이고 뭐고 먹고 살 걱정이 먼저 들어 정규직이라는 말에 속아 콜센터를 들어가 현대캐피탈, 쿠팡에서 총 2년을 썩었다. 덕분에 친구를 만나게 되었지만, 그들에게는 미안하게도 마음의 안정만을 줄 뿐 그 외 도움을 받기는 힘들었다.

 

친구를 얻었지만 공백이 길어졌고 결국 그 어느것도 이루지 못했다.


그렇게 공백의 경력을 가진 내가 인정받고 갔던 곳이 방송통신대학교였다.

 

하지만 그건 한 숨 돌리는 계약직에 불과했고 개인사업자가 세금까지 내야 했기에 내 삶은 쪼들렸다.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내게 남은 것이라는 게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1992년에 태어나 연애, 사랑, 업적, 실력, 포트폴리오 그 어느 것도 없는 나 자신이 2023년에 여기 있다.

 

그 순간 내게 너무 화가 났다. 내 잘못임을 인정하기 싫고 그게 세상 탓인 것 같다.

 

하소연하고 싶은 곳이 있었다. 최소한 부모는 잘 받아주겠지 싶어 하소연을 격하게 했다.

 

그리고 엄마에게 호되게 혼났다. 맞다. 내 잘못이다. 내가 만든 인생이기에 여기까지 왔다.

 

어느 묘지명처럼 '우물쭈물하다 이렇게 될 줄 알았던' 것이다.

 

내가 뭘 잘하는지, 좋아하는지 고찰해도 답이 안 나오고, 하기에 겁이나는 사람이 여기 있다.

 

'그냥 하면', '~게 하면'을 알아듣지 못해 시도조차 못한 나가 여기 있다.

 

그나마 잘 관리하던 SNS까지도 폭탄을 떨어뜨렸고 결국 날 싫어할 사람들만 늘어나게 되었다.

 

척을 지지 마라고 하는 말은 머리로 알고 있었지만 결국 이해하지 못하고 반대로 행동한 거다.

 

그 무엇도 이루지 못한 것에 너무 화가 나 이렇게 되었다. 내 탓임에도 인정하기도 싫다.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연애를 시작한다고 해보자.

 

'사람은 어떻게 만나지?', '첫 만남은 어떻게 가지지?', '말은 어떻게 걸지?', '인사는 어떻게 해야 하지?', '관계를 어떻게 유지시키지?', '고백은 어떻게 하지?', '데이트 코스는 어떻게 정하지?', '점심을 먹자고 하면 어떻게 대처하지?', '싸움이 일어나면 어떻게 대하지?', '성관계는 어떻게 유도하지?'

 

여러 질문들이 떠돌고 하기도 겁이 난다. 이 겁쟁이... 아무 시도를 하지 않으면 실패가 없어서 계속 피하기만 한다. 그래도 하고는 싶다. 정확한 표현으로는 감나무가 내 입으로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꼴이다. 남들은 그래 보이니까...


그렇게 시간만 끌다가 30이 되었다. 너무 허망하다. 어느 하나라도 이루고 싶었는데 아무 것도 손에 잡은 게 없다. 자괴감이 심하게 든다.

 

'아, 내게 남은 거 무엇인가?', '난 그 동안 뭘 했는가?', '왜 겁을 냈는가?', '왜 지금도 겁을 내는가?', '넌 지금 뭐하는 중이냐?'

 

이런 질문을 직시하노라면 울화가 치민다. 나 스스로에게. 답도 안 나오는 질문도 많다.

 

'네가 좋아하는 건 뭐야?', '네가 잘 하는 건 뭐야?'

 

대답이 선뜻 나오지 않는다. 뭔가 잘하는 걸 말하면 다른 사람이 '그건 나도 하는데.'라는 말이 나올 것 같다. '남들도 다 하는 건데 뭐'나...


다시 돌아가서, 특히 연애를 해보지 못했다는 점이 너무 화가 난다. 내 외모 때문일까? 내 화법이 문제인가?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좋아하지? 그런 답을 알 수가 없어 너무 답답했다. 누가 정답을 알려줬으면 좋겠더라. 실패하는, 즉, 거절당하는 두려움이 너무 컸다. 왠지 100이면 100다 나를 싫다고 하거나 사귀기 싫다고 할 것 같다. 그러니 남만 보고 군침만 다시는 거다.

 

'새가 물어줬네.', '다정한 웃음이 중요하네', '잘 해주면 되네'가 내게 의심이 되고 맞지 않는다고 느껴진다. 꼭 날 놀리는 것 같다고 해야할까?

 

'아, 내 콧구멍이 조금만 더 작았으면', '이가 조금더 가지런했으면.', '내 음성이 조금 더 묵직했으면', '내 키가 조금 더 컸으면.'

 

이런 생각에 시도를 하기 힘들었다. 그냥 무섭다. 이젠 다가가서 말 걸면 경찰에 잡혀갈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러면서 다시 남들을 보고

 

'저런 애도 애인이 있네?', '저 부부의 배우자는 얼굴이 그저그런데 잘 이쁜 여성분과 잘 사네?' 이런 생각만 들고 서서히 질투심으로 이어진다.

 

남들과의 비교가 질투심으로 이어져 꾹꾹 참고참아도 보일러 압력마냥 결국 터져버리고 사고나 치고... 더 화가 난다.

 

혹자는 그럴 거다. '그냥 참지', '네 운명이다.', '알빠노?', '너 보다 힘든 사람 많아.' 

 

어떻게 하는지 방법 좀 알려주고 그런 소리를 하면 몰라 애매한 말만 하며 이게 방법이라니 자기 일 아니라고 그냥 생긴대로 살라는 소리나 하는 그 소리가 너무 짜증난다.


날 싫어해서 몰락을 킬킬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모르던 사람인데 이제 안 좋은 이미지로 인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사랑받고 싶어서 했던 모든 것들이 한 순간에 무너지고 다른 의미로 관심을 받는 게 내 탓이면서도 서럽다. 그렇게 관심을 달라고 난리칠 때는 그저 내려가는 스크롤 데이터 더미로 치부하던 이들이 그제서야 부정적인 글로서 나를 알아본다는 게 씁쓸하다.

 

첫 단추를 잘못 꿴 인생이라 느낀다. 남들과 비교했을 때 내 인생은 부정당한 기분이다. 이 단추를 다 꿰었을 때 제대로 꿰도 전체적으로는 이상해 보일 것이라는 생각에 화가 난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그랬더랬지? '이 복수가 끝나고 나면 다시 오대수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내겐 '이 단추를 다 꿰고나면 다시 나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마 안 되겠지? 대충 수습도 안 되는... 철저히 내 똥 내가 치워야하는 인생...

 

난 이 때까지 뭘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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