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처럼 내가 친일파나 매국노의 마인드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던 몇 가지 일들이 있었다.
1.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시간에 교과서와 선생들은 항상 이렇게 주장했다. '일본의 수탈을 도와준 앞잡이들은 오늘날까지 잘 먹고 잘 산다.'
나 역시 이 발언에 겉으로는 분노를 하였으나 뒤돌아서서는 내 생활과 연관지어 생각해보면 찜찜한 게 하나 있었다.
'내가 이렇게 공부하는 이유는 어른이 되어서 잘 먹고 잘 사는 건데, 매국노들이 잘 살았다는 건 오히려 시대 흐름을 잘 읽고 대처했다는 뜻이자 똑똑했다는 뜻이 아닌가? 근데 왜 재네들이 욕을 먹지?'
용기는 없어서 굳이 질문하지 않았지만 중고등학생 때 항상 그 생각이 날 붙잡았다.
2. 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사회복무요원으로 군생활을 했고 부산의 소방서에서 근무를 했다. 그리고 2014년, 한국을 슬픔에 잠기게 한 세월호 사건이 터졌다. 모두가 그러하듯 나 역시 세월호로 인해 희생된 아이들은 명복을 빌었다. 그런데 나 역시도 분노를 하게 만든 건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 자기 혼자 빠져나간 세월호 선장이다. 그렇게 그는 책임을 지고 감옥에 갔고, 그 뒤로 몇 년 뒤 대통령 박근혜는 탄핵과 감옥을 갔다.
근데... 이 와중에 내 마음을 찜찜하게 하는 질문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① 네가 세월호에 탔다면 선장, 승무원, 승객 중 어디에 속했을 것 같니?
② 어느 위치에 있을지 결정했다면 세월호 침몰이 발생하면 어떻게 할 거니?
먼저 첫 번째 질문의 답변은 '승객'이라고 답할 것이다. 왜냐면 대부분 사람들은 승객의 위치인 국민, 승무원은 국회의원, 선장이 대통령 정도가 될 것이니까. 그리고 미래는 모르지만 아직 선장의 꿈은 없으니까. 그렇게 이어지는 두 번째 질문의 답변은, 구체적으로, 승객의 위치에서 세월호가 터지고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를 받으면 바로 무시하고 바깥으로 나가겠다. 선장의 말을 믿을 수 없으니 차라리 선장의 말을 반대로 이행하는 게 더 도움 될테니까.
이렇게 답변이 나오니 여기서 내 상상력이 더 가미가 되었다. 예를들어 선장의 말을 듣지 않고 배 위에서 있는데, 다른 선박이 우릴 구해주러 온 것이다. 내가 타고 있던 배는 침몰하고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있나? 바로 갈아탔다. 그런데 아뿔싸! 이 배는 해적선이었고, 난 이 배 위에서 꼼짝없이 일을 하게 생겼다. 그렇게 해적선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내 업무 능력을 인정한 해적선 선원들이 날 크루로 승격시켜주었고 나도 그 약탈배에 함께 하게 되었다. 그렇게 배에서 약탈을 하다가 영국의 군함 대포에 의해 배는 부서졌고, 난 타이밍 좋게 영국군에게 백기를 들고 투항해 해적선에 대한 모든 걸 불었다. 형량 협상에서 성공한 나는 강제에 의한 노역으로 인정받고 무죄를 받고, 난 약탈질하며 은행에 저금해둔 돈으로 호위호식하면서 살고 있다.
위 상상한 내용이 어떻게 보면 한국사 속 친일파를 압축비유하는 건 알 수 있다. 그런데, 저걸 몰랐다면, 나라는 캐릭터는 임기응변에 능하다고도 볼 수 있으며 세계 흐름을 잘 읽는 자의 비유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너무 가지 않더라도 <캐리비안의 해적>에 나오는 조니뎁의 캐릭터는 굉장히 능글맞으면서 똑똑한 캐릭터다.
특정 집단이 나를 영원히 보호해줄 것이라는 건 착각이라는 걸 다들 안다. 심지어 직업조차 회사에 몸담았다가 다시 퇴사 후 타사 입사를 하거나 창업하는 사례는 굉장히 흔하다. 가족도 부모가 자녀를 학대하면 떨어뜨려놓는데, 그걸 집단 해체라고 부르진 않는다. 세월호 선장이 도망을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 도망을 갔다면 승객인 난 분노보다 살아남는 게 우선이다. 배의 고결이니 승객의 자부심이니가 아니다. 난 친일파, 매국노라는 사람들과 내가 간접 경험과 그걸 생각한 결론을 합하면 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다. 정말 독립이 될 줄 몰랐다니까...
식민지배의 역사가 아무리 비극이었다 할지라도 매국노라 불리는 인물들을 과거에는 예외적 처벌을 했다면 이제는 그걸 역사로만 남겼으면 한다. 내 의견이 불편해서 내 입에 제갈을 물리고 싶은 자들이여.
'가만히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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